작년 6월 두번째 회사 다닌지 만 1년이 되었을 때 회고를 썼는데 그때는 그당시 내가 가지고 있던 일을 대하는 태도, 첫 번 째 회사에서 받았던 내상을 회복하는 과정을 중심으로 글을 썼었다. 이제는 그 후로 1년이 또 지나 그동안 내가 느낀 것, 배운것들의 변화 기록을 위한 2년차 회고를 써보려한다.
작년에는 휴가, 업무, 문화, 연봉, 일할 때 가져야할 태도에 대한 내용을 썼다면 지난 1년은 조금 다른 걸 느꼈고 다른 이유들로 이직을 결심하고 실행에 옮기게 되었다. 작년과 동일하게 아직 같은 회사에 다니고 있지만 계속 이직 준비를 하고 있다. 회사에서 딱히 배운 건 없이 얻은 건 이직 해야겠다 라는 결심밖에 없어서 그거에 대해서만 쓴 글이다.
이직
일단 가장 큰 건 여전히 지금 회사를 떠나고 싶어 계속 이직을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달라진 게 있다면 이젠 좀 더 구체적인 방법으로 진짜 이직을 하기 위한 노력을 조금씩 하고 있다는 거다.
올해 들어와서 출근 전이나 퇴근 후에 조금이라도 짬을 내서 개발 공부를 하고, 공고를 지원하고 있다. 또 3월에는 한 SI회사에 지원한 후 면접을 보고 최종합격까지 했지만 같은 업계는 가고 싶지 않았고 면접 본 회사도 근로자에 대한 기본적인 태도가 없어보여 입사를 거절했다. 그리 유쾌한 면접 경험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어딘가를 서류합격 할 이력서, 면접 실력은 되는 것 같다는 증거 같아서 나름 희망적인 부분도 있었다.
작년에 이직하고 싶었던 이유는 휴가, 업무, 문화 같이 비교적 표면적인 것들이었는데 1년이 지나고 나니 이는 그렇게 큰 애로사항은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일이 많고 바쁘다보면 힘들긴 하지만 휴가를 못 쓸 수 있는 거고 수직적이고 상명하복의 문화는 그냥 이 집단의 생리이니 내가 여기에 오래 있으려하지 않는 한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겠다 싶었다.
그보단 좀 더 개인적이고 일의 본질적인 것들 때문에 이직 생각이 간절히 들었는데, 구체적으로는 회사 업무 방식, 내가 여기서 느끼는 무기력함/수동성 그리고 경영진의 태도이다. 이런 요인들로 인해 이곳에서의 나의 미래를 생각했을 때 이곳에서 시간을 더 보내면 보낼수록 돈은 벌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시간과 경력, 미래 커리어와 선택권을 잃을 수 있다는 생각에 빨리 떠나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1. 회사 업무 방식
회사 업무 특성과 관련해선 얘기할게 참 많은데,
1) 협상 기술이나 업무 효율화를 고민하기 보단 내부 직원들 갈아넣어서 주먹구구식으로 메꾸려는 고질적인 업무 방식
2) 회사 본질 파악 못해서 쓸데 없는 데 시간 낭비하는 경영진
- 표준화에 집착한다
- 패키지를 표준화해서 만든다해도 결국 고객사마다 요구사항과 스타일과 기존의 일하는 방식이 다 다르므로 실상 표준화에 집중하는 게 의미가 없다
3) 사장되는 기술들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경력이 쌓일수록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큰 리스크가 있다)
4) 기술 위주가 아니니 금융 업무로 진행되는 프로젝트(기술적 발전 가능성이 크지 않다)
5) 개발 문화 없음(기술적 발전 가능성 크지 않다2)
6) SI라는 특성상 다양한 고객사가 있어 업무 위치가 지속적으로 바뀔 수 있고 그 위치가 대부분 여의도/종로라 직주거리가 멀다는 것(왕복 4시간)
위의 3 ~ 6번은 개인이 바꿀수는 없는 부분이기도 하고 이렇지 않은 회사로 이직을 하면 해결될 문제이라 딱히 얘기할 건 없고, 가장 얘기하고 싶은 부분은 1, 2번이다.
1) 주먹구구식의 고질적인 업무 방식
작년에는 다른 프로젝트에서 일했는데, PM은 고객사와 갑을관계가 되어 고객들 접대 비용에만 매달 큰 돈을 쓰고 비위 맞춰주느라 시간 없는데 요구사항 무조건 다 수용하고, 업무도 잘 몰라 개발 기간에 업무도 제대로 파악 못하고 인터페이스 관리 못하다가 통합테스트 때 터져서 한 달 내내 전체 직원들에 야근을 강요하고(나같은 경우 현재 사원이고 당시 업무 책임이 많지 않아 야근을 해도 도움을 줄 게 없었는데 다같이 힘들게 일하니 퇴근할 때마다 할 거 더 없는지 확인받고 가라고 했던 적도 있다) 프로젝트 상무급들은 부사장한테 카톡으로 언제 퇴근했는지 보고(;;)하라고 하는 얘기를 듣고 경악했던 기억이 있다. 야근을 하는 것에 불평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일이 많고 급한 일이면 야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그럴 의향도 있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건 미리 시간 기한에 맞춰서 고객 요구사항 쳐낼건 쳐내고 검토할 거 검토하는 것을 하지 않고(이 역할 하라고 돈 많이 주고 pm 쓰는 거 아닌가) 고객 요구사항, 변동사항 다 받고 직원들보고 야근으로 떼우라고 말하고, 나는 내 할 일이 없는데 더이상 도움을 줄게 없는데 왜 남아있어야하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제대로 일을 할 생각은 안 하고 곁다리(아첨, 야근)에만 에너지를 쏟는게 이런 업무 방식을 하는 곳에 더이상 있고 싶지 않았고 이런 업무 방식은 여기선 절대 바뀌지 않을 거라는게 자명해 그냥 생퇴사도 고민했었다. 이렇게 일하는 곳에서 더는 있고싶지 않았다.
당연히 고객사가 갑이고 외주사는 일단 돈을 받았기에 그에 최대한 맞춰줘야한다. 이거는 어찌보면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인데 내가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은 고객사의 정당한 요구가 아닌 굉장히 불합리한 요구를 끊어내지 못하고 머리를 조아리는데 정작 자기 사람들인 내부 직원들의 안위는 전혀 신경쓰지 않고 착취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는 것이다. 들어온 사람은 막 대하고 들어올 사람은 환대하는 뭐 어찌보면 인간이란게 원래 그렇다고도 여기지만 굳이 이런 곳에 내가 있으면서 건강 나빠지고 기분 안 좋고 싶지 않았다. 무엇보다 회사가 여기만 있는 것도 아니고 이 회사에서 경력을 쌓는게 앞으로 내 인생에 그리 도움이 될 것 같지도 않다고 생각해 이 때 절실히 이직을 생각하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2) 경영진의 태도
- 업무 본질 불인지와 쓸 데 없는데 자원을 낭비하는 경영진
회사의 미래는 여러 요인에 의해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겠지만 경영진의 태도가 어느정도 예측하는데는 도움을 준다 생각한다. 현재 내가 느낀 경영진의 태도는 SI 회사라는 걸 망각한 채 AI 트렌드를 좇아가는 것에 취해 있는 것 같다.
올해 초부터 회사는 AI에 위기감을 느꼈는지 GPU서버와 같이 AI 관련 장비들을 구매하고 서버실 증축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계속 하는 말이 ‘이제 신입 안 뽑아. 신입보다 일 잘하는데 싼 AI가 있는데 신입을 뽑는 이유가 없어.’이다. 어느정도 일리는 있다. 이제 AI가 기본적인 화면에서부터 기능 구현까지 웬만하면 다 하는데 시간과 노력 그리고 돈이 드는 신입을 뽑는 것이 비용적으로 손해인 것은 사실이니까.
하지만 한 가지 이 사람들이 망각하고 있는 것은 본인들은 사람으로 장사하는 SI 회사라는 것이다. 결국에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사람을 사이트에 잠깐 파는 게 이 업종의 본질인데 그런 사람이라는 자원을 줄이는 것이 정말 경영진이 자기가 어떤 곳을 운영하고 있는지 알고 있는 것인가 의문이 들었다.
또 프로젝트 특성상 인터넷도 연결 안되는 보안이 철저한 사이트에서 일하는데 거기에 내부적으로 개발한 AI를 일단 들고 가지고 나올 수 있는지가 의문이다. AI 프로덕트를 개발한다고 해도 사이트에선 보안적인 이유로 반입을 안 해줄 가능성이 크고, 설사 반입한다 해도 사이트 데이터로 학습한 AI를 반출하는 건 더더욱 불가능해 보인다. 그럼 사실상 AI에 투자하는게 의미가 없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회사는 이 사실을 모르는건지 아님 애써 외면하고 있는 건지 실제로 나 이 후로 신입은 안 뽑고 있고, AI 부서까지 신설했지만 방향성 없이 중구난방으로 AI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자기가 운영하고 있는 회사의 본질은 모른채 혹은 애써 무시한 채 헛발질만 하고 있는 경영진을 보면서 앞으로 이 회사의 미래는 그리 좋지 않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들어 탈출해야겠다 라는 생각을 했다. 또 이런데 시간, 돈 쓸바엔 기존의 엉망진창인 패키지와 업무방식부터 고쳐야 하는 게 급선무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2. 수동성과 무기력
- 시간이 지나도 쌓이지 않는 경력과 부족하다는 평가
이 부분은 개인적인 부분이긴한데 이 회사에 입사할 때부터 지금까지 만성적으로 계속 느끼는 감정이 무기력이라는 것을 깨달았고, 수동적인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됐다.
작년에 거의 매일 야근을 하고 야근 강요할 때는 10시에 퇴근하기도 하고 사람들 야근할 때 저녁 취합해서 사오고 보상도 안되는 주말출근까지 했는데 그렇게 개고생을 해놓고 결과적으로 얻은 건 없다는 느낌과 일 열심히 안 했다는 이미지였다.
일단 나에게 할당된 화면들은 공통 화면들이었지만 계속 바뀌는 요구사항을 적용하고 여러 잡일들을 하느라 바쁘고 시간이 없었다. 결국 시간을 많이 들인 부분이 공통 화면들이었기에 업무 관련해서 배울 기회가 없었던 건 사실이다. 그래서 프로젝트가 끝나고 본사로 돌아오니 나는 프로젝트에 1년 동안 있으면서 업무도 모르는 사원이 되어 있었다. 처음 이런 대우를 받았을 때 억울함에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내가 일을 대충하고 편하게 일을 했다면 그냥 넘어갔을텐데 나도 나 나름대로 주어진 일 쳐내느라 쌔가 빠질뻔 했는데 내부 사정도 모르고 표면적으로 드러나있는 걸로 쉽게 판단하고 말로 내뱉는게 속상했다. 오해받는 것 같아 싫었다. 또 시간과 노력은 있는 대로 다 썼는데 정작 업무적으로는 얻는 것은 없다는 것에 허탈하기도 했다.
그래도 내가 반성해야할 점은 나도 은근히 업무를 안해도 된다는 것에 안도감을 느꼈던 것이다. 업무를 잘 모르고 왠지 어려워보이니 타의적으로 거리를 두게 됐을 때 거기서 편하다고 생각했다. 강 건너 불구경 하는 느낌이라고 해야하나. 그렇더라도 업무에 대해 파악하고 공부를 하려고 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던 건 앞으로 내가 개선시켜야 할 부분임은 확실하다.
하지만 이걸 통해 점점 알게된 부분이 있는데, 여기를 다니면서 알게모르게 무기력에 젖어들고 있었다는 것이다. 주어진 일만 하고, 그렇지 않으면 할 일이 없고 입사 후 딱히 무언가 배울만한 시스템이나 구조가 없다. 근데 또 업무 능력에 대한 평가를 하니 나는 무언가를 해볼 기회가 없이 무방비상태로 평가를 받는 느낌이 들었고 무기력함을 느꼈다. 내가 행동으로 옮기고 무언갈 실제로 행할 수 있다면 거기서 활력과 능력치를 얻는다고 생각하는데 무언갈 직접 할 기회는 없다 느껴지고 시간은 가는데 내 능력은 쌓이지 않다는 느낌에 위축되었다. 그냥 입 닫고 조용히 있는게 맞는 것 같은 분위기가 나를 점점 말라가게 했다.
이는 내가 전혀 지향하지 않는 방향이고 이건 환경 요인도 있다고 생각해 더더욱 이곳을 떠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시간이 갈수록 스스로 무기력해짐을 느끼는 공간은 벗어나는게 나에게 가장 좋은 선택지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작년 2025년 6월부터 2026 6월까지 이 회사에서의 2번째 1년을 돌아봤는데 이직밖에 안 남아 있네. 작년 말에는 이 이직 생각을 하면서 정작 실행에 옮기지 못했던 내 모습에 현타가 많이 왔었다. 불평불만은 하면서 정작 실행에 옮기지는 않고 있는. 그래서 올 해에는 조금씩이라도 실질적인 이직 준비를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목표는 올 해 안에 이직 성공인데, 솔직히 아직 많이 모자란 것 같고 갈 길이 멀게 느껴지긴 하지만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단 조금씩이라도 발걸음을 떼는게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과 조금이라도 가까워진다는 걸 알기에 계속 해보려고 한다. 내년 회고 글에서는 이직한 회사에 대해 쓸 수 있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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